김세은 김세은

EXPLORE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

June 06, 2025

 일엽락지천하추 (一葉落知天下秋)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온 세상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작은 변화 속에 큰 흐름이 담겨 있고, 미세한 조짐만 봐도 전체를 알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미래를 예측해서 그것을 토대로 수익을 창출하고자 투자를 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주식 시장에서 작은 기업의 움직임이 전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주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그런 일은 비단 주식시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계나 사회에서도 사소한 사건이나 미묘한 분위기 변화 속에 거대한 변화의 전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수일이 지났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통화가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정상 간의 첫 통화가 늦어지는 이 사소한 사건은 사실상 한미관계의 기류 변화라는 거대한 조류를 암시하는 첫 낙엽일 수 있다.

 대통령실은 연일 일정 조율의 문제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트럼프는 어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75분간 통화를 했고, 오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90분간 통화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한국이 후순위인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세계 주요국들과의 첫 통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 외교 지형의 방향타이며, 신뢰의 문을 여는 첫 노크다. 특히 한미 관계에 있어 한국 대통령의 당선 직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는 오랜 외교 관행이자 동맹의 의례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 기본적인 것이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때로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트럼프는 원래부터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지만 그만큼 메시지 하나, 타이밍 하나에도 복선이 깃들어있는 사람이다. 첫 통화가 늦어지는 이 상황을 단순한 실무적 지연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많은 상징이 깃들어 있다.

 이 통화가 더 늦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나는 이 정적을 하나의 징후로 기억하려고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겪게 될 대미 외교의 계절이 결코 따듯하지 않을 수 있음을 예감하며...

 

김세은

www.kimseeun.com